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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 노숙의 추억시(詩)/시(詩) 2019. 4. 9. 12:27
의자에는 길이 없다 있다 해도
굴러서 더 가지 못하는 길이
무릎보다 지친 혀를 먼저 눕힌다
누더기를 걸치지 않아도 되는 길은
파고드는 불빛이 눈에 부셔
구부러진 잠은 쉽게 오지 않는다
나무가 젖은 의자에서
등 떠밀려 상처 난 내 눈은
지상에서는 더 할 말이 없다
의자 아래 떨어진 나뭇잎 곁에서
이어 온 끈질긴 밥을 기다리는 걸까
시계가 버린 시간들은 의자 틈새로
쉽게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만든다
개미가 물고 가다 놓아버린 빵
부스러기, 상처난 흔한 말들
(그림 : 이경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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