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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 민들레 촛불시(詩)/시(詩) 2019. 4. 9. 12:15
서면 태화 앞 모여있는 숱한 촛불들이
종이컵 속에다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어깨와 어깨 맞댄 순한 양초들이
이웃 심지에게 다가가 심지에 불 붙이고
눈빛을 옮겨 눈빛을 만들었다
마음에 간직해 온 불씨 꺼내들고
몸을 사르는 민들레 홀씨와 홀씨들
거리에 쉬이 촛불을 켜두지 못한다
들불로 번지는 마른 초원 위에
홀씨가 바람을 타고 나를까 두렵다
손발 시려운 밤길에서도
함께 가는 걸음 소리가 따뜻하고
가는 길은 멀지 않아 환하게
어느덧 다 와 가는 길 끝에서
눈물이 어둠을 물리치는 걸 보았다
(그림 : 김봉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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