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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련 - 소금꽃 여자시(詩)/시(詩) 2019. 4. 9. 12:01
바다를 입고 살았습니다
종일 아가미를 떼느라 휘어진
손가락 마디에는
따개비 같은 상처가 굳은살로 박혀있습니다
몸에 달라붙은 생선비늘만큼이라도
반짝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속옷을 벗고 비린 몸을 문지르면
손가락 사이로 포말이 일었습니다
씻어도 씻어도 바다를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벗어둔 속옷에도 짠바람이 스며들었는지
바다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물기가 빠진 하얀 얼룩을
꽃이라 불러도 될까요
꽃을 피우는 하루를 살았으니
오늘은 낮은 파도를 베고 잘 수 있을까요
젖은 몸 다 마르면
울퉁불퉁한 손가락 마디에도
꽃이 피면 좋겠습니다
잠든 아이 챙기듯
속옷에 핀 하얀 꽃을 쓰다듬었습니다(그림 : 박석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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