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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 일 없는 날시(詩)/시(詩) 2019. 3. 31. 17:18
일 없는 날은 시장에 간다
삶의 지겨움 가난을 팔려고 시장에 간다
눈빛, 눈빛을 바라보면 생기가 돌고
이 상점 저 상점 기웃거려보면
사고 싶은 건 많은데,
내 호주머니에는 천 원 몇 장
칼국수 한 그릇 사먹을 돈도 못 되고
허기전 배 움켜지며 참으며 있다가
천 원에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나니
핑 돈다
붕어빵 몇 개 사들고 기한이 끝나가는
허름한 셋방에 들어와
꼬르륵 꼬르륵거리는 뱃속에
빵을 처넣어보지만
목구멍에 걸리고 만다
오늘은 또 이렇게 하루 살았구나!
잠이나 자면서
먹고 싶었던 것 맘껏 먹어야겠다
(그림 : 김영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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