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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 봄비 소리시(詩)/이태수 2019. 3. 19. 21:13
문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비가 내리며 창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봅니다
손이 흠뻑 젖도록 빗물은 손바닥을 두드립니다
빗소리 따라 더디지 않은 걸음으로 봄이 젖은 얼굴을 들며 오고 있는가 봅니다
뜰에 세워 둔 자동차 지붕 위에 빗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차츰 속도를 내며 뛰어내리는 빗줄기가 자동차 지붕을 두드려 대는 소리입니다
빗소리는 비가 내는 소리가 아니라 비를 받아들이는 것들이 빚는 소리들입니다
바깥으로 나가 봄을 재촉하는 비를 한껏 받아들이며 빗소리를 내고 싶어집니다
간밤 꿈속에서 본 형형색색의 봄꽃들이 일렬종대로 눈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뜰에서는 모든 것들이 비를 받아들이며 제각각 새 아침의 봄비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림 : 안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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