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수 - 눈은 내려서시(詩)/이태수 2019. 1. 10. 00:00
눈은 내려서
우리 집 낮은 처마 밑에 붐비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저녁 불빛,
서성이며 목말라하는 나의
어깨 위에도 몰려오고,
앓아누운 어린 것
이마를 짚고 있는 내 손을 더욱
더욱 시리게 하고,
눈은 내리고 내려서
이 저녁,
허우적이는 내 마음 빈 가장귀와
간밤 꿈에서 만난 빛 사이를
이어주고, 덮어주고,
눈은 내리고
내리고 또 내려서
지워지는 것들, 천천히 살아나게 하고,
살아나는 모든 것들을 지우고
지우며
아득하게 서성이는
밤을 안겨다 주고.(그림 : 김종언 화백)
'시(詩) > 이태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태수 - 봄비 소리 (0) 2019.03.19 이태수 - 수평선 (0) 2019.01.10 이태수 - 고엽(枯葉) (0) 2019.01.09 이태수 - 어떤 평행선 (0) 2018.12.28 이태수 - 적막, 또는 늦가을 저녁 (0) 2018.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