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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민 - 불영계곡시(詩)/시(詩) 2019. 3. 18. 23:57
행곡에서 왕피천 바라보며
굽이쳐 내리는 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너무나 선명하게 찍히는 시간의 발자국들
정작 시간은 물처럼 흐르고 있는데
막상 다가오면 기다려 주지 않았다
내나 기다려도 쉬이 오지 않았다
일생 곁에 놓고도
한 번도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다
물길 따라 산길 돌아
완행버스 서듯 가듯
길목 사연들 내리고 타는 데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계곡은
굽어짐 없이 시간을 홅고 지나간다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도
시간이 없는 사람도
지금 벗할 시간을 어디에서 맞을까
소나무는 바람을 세워 말을 걸고
봄눈은 햇살을 막고 편지를 쓴다
낮 밝은 길도 밤 어둔 길도
휘감아 돌아 물길은 잘만 흐르는 데
가슴에 밟힌 발자국까지 담아
눈길에 서린 눈물마저 씻고
시간은 불영의 중력 속으로 사라진다
(그림 : 조규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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