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6학년 봄이었던가 아니었던가
체육시간에 여자 애들과 왈츠를 배웠었던가
그 애의 가랑머리 끝이 내 가슴에 닿았었던가
그 애의 귀여운 덧니를 내가 보았었던가
그 애의 웃음이 너무 환해 잠깐 고갤 돌렸었던가
그 애가 그만 와락 울음 터뜨리며 달아났었던가
그 애의 뒤를 내가 곧장 따라갔었던가 아니었던가
그 애의 팔랑대는 치마 속을 내가 언뜻 보았었던가
그때 내 마음이 동동거렸었던가 아니었던가
졸업식 날 어색한 악수 나누며 서로 얼굴 붉히었었던가
편지 꼭 하자고 약속을 했었던가 아니었던가
그 애가 이사 가던 날 뻐꾸기가 울었었던가
그게 나의 첫사랑이었던가 아니었던가
나이 사십에 처음 아파트 사서 이사 오던 날
엘리베이터에서 인사 나누던 앞 집 여자의 덧니를
내가 잘못 보았던가 아니면 어디서 보았었던가
그 날 밤 뒷산에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렸었던가 아니었던가
(그림 : 한영수 화백)'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면우 - 밤 벚꽃 (0) 2019.03.16 고영 - 먹감나무 옛집 (0) 2019.03.16 한옥순 - 허공 속에 던져 버린 봄 밤 (0) 2019.03.15 김성장 - 은둔행 열차 (0) 2019.03.15 권순진 - 지공거사 (0) 2019.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