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진 - 지공거사시(詩)/시(詩) 2019. 3. 14. 11:58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대망의 연세가 착착 다가온다.
저기 있는 고지처럼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러다 내 바로 앞에서 덜컥 차단기가 내려와 가로막히는 건 아닐까 조바심마저 생긴다.
이렇게 늙음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건재함을 반겨도 좋은 노릇일까
갸우뚱하다가도 알량한 당근이 재촉하는 생의 덫에 서둘러 빠져들려는 이 치사한 심보는 무언가.
남은 생이라야 기껏 대통령이 한 둘 더 바뀔 터이고 몇 번 더 올림픽의 성화를 볼 수 있으리라.
그조차도 명운이 좋았을 경우다.
노약자석에 앉아서도 시침 뚝 떼고 마구 싸돌아다닐 할랑한 신간이면 좋으련만.
분별없는 열정 따윈 다 소진하였겠으나
삶의 틈새로 끼어든 구차한 이물질이 아니라 남루한 존엄일망정 지켜낼 것은 지켜가며
덤으로 얻은 생, 쌩쌩 세포들이 살아 꿈틀거려주기를 소망하노니
(그림 : 남일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옥순 - 허공 속에 던져 버린 봄 밤 (0) 2019.03.15 김성장 - 은둔행 열차 (0) 2019.03.15 박경분 - 해빙기 (0) 2019.03.14 황유원 - 항구의 겨울 (0) 2019.03.13 이성복 - 소주 (0) 2019.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