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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 저녁 노을시(詩)/이상국 2018. 12. 16. 13:26
주먹만한 감자 찐 옥수수 오이 가지 강낭콩이랑
고추 된장 쇠비름 몇 단 함지박 채워 이고
어머니는 해수욕장 간다
울긋불긋한 차일 아래
허여멀건 살들이 미어터지는데
면서기 군서기들이 들어가지 말라고 호루라기 분다
파래 미역 뜯으러 친정집 드나들 듯하던
십 리 길도 안 되는 내 집 앞바다인데
돈 주고 샀다며
벌거숭이 관리인이 함지박 걷어차고
터 잡은 장사꾼들이 눈을 부라린다
불볕 아래 쇠처럼 달아오른 모래밭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쫒겨다니다가
땀 전 어머니 얼굴에는 하얀 소금꽃 맺혔는데
빈 함지박 털어 이고 오는 저녁 하늘에
벌거벗은 놀이 폈다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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