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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 겨울단장(斷章) 1시(詩)/천양희 2018. 12. 13. 00:17
이러지도 못하고
어쩔 수도 없을 때
마음은 낡은 기차 바퀴처럼
털털거린다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언제나 사랑은 귀일(歸一)하지 못했다
차창에는
두꺼운 상처같은 성에가 끼고
갑자기
내 입김속에 들어오는
창밖은 빈 들이다 빈 들이다
지나치는 일보다 더 빨리
빈 들은 지나간다
지난날의 구름조각들도
지나가 버린다
남은 것은거친 들 바람속에 세워둔 몸뿐
몸 위에는
눈물같은 서리가 덮여 있다
길이 끝나기 전에는이 길로 마냥 가면
이 겨울
눈보라 속에 놓이는
내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언제나 사랑은 귀일(歸一)하지 못했다.
(그림 : 안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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