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양희 - 겨울 길음동시(詩)/천양희 2019. 1. 25. 12:27
골목이 텅 비었다 개들도 주정꾼도 보이지 않는다
길 건너 육교 쪽 가로등이 뿌옇다
방범대원 딱딱이 소리 담을 넘는다
파출소 뒷길 부산상회 탁씨 갈매기 바다 위에…… 콧노래 부르며 덧문을 닫고 있다
늦은 밤 버스 종점 바람이 차다
빈 택시 한 대 총알처럼 지나간다
지가 빠르면 세월보다 빠름감 서울 와서 늙은 수선소집 목포댁 재봉틀 돌리며 중얼거린다
세상에는 왜 이리 고칠 것이 많은가 나도 나를 고치는 데 이십 년이 걸렸다
걸려 있는 빨랫줄 무슨 악연처럼 얽혀 있다
저 줄이… 그 집의 내력 끌고 왔을 것이다
마당 깊고 언덕길 너무 가파르다
누구나 절벽 하나쯤 품고 산다는 것일까 발끝이 벼랑이다
날마다 벼랑 끝을 기어오른다 정상 정복할 등산가처럼.
(그림 : 박종인 화백)
'시(詩) > 천양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양희 - 2월은 홀로 걷는 달 (0) 2019.02.06 천양희 - 그 말이 나를 삼켰다 (0) 2019.01.25 천양희 - 겨울단장(斷章) 1 (0) 2018.12.13 천양희 - 어디로 갈까 (0) 2018.08.26 천양희 - 마음의 뿌리 (0) 2018.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