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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 그 말이 나를 삼켰다시(詩)/천양희 2019. 1. 25. 15:18
아름다움이 적을 이긴다기에 미소 짓는
이 꽃이 내일이면 진다는 걸 믿지 않았다
할 수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모아야 한다기에
한낮의 볕에 그늘 한 뼘 들여놓는 걸 잊지 않았다
불은 태울 수 없고 물은 물에 빠질 수 없다기에
사람이라도 좀 되어보자고 결심했다
끝없는 풍경은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기에
세상에 드러나 부끄럽지 않은 것이
꽃밖에 더 있을까 생각했다
삶에는 이론이 없다기에
우리가 바로 세상이란 걸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변했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기에
붓 쥔 자는 외로워 굳센 법이란 걸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갈피를 잡는 동안
그 말이 나를 삼켰다
(그림 : 김명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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