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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해리 - 구두끈
    시(詩)/홍해리 2018. 10. 25. 11:56

     

    저녁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구두끈이 풀어져

    걸치적거리는 것도 모르고

    허위허위 걸어왔다

    나이 든다는 것이 무엇인가

    묶어야 할 것은 묶고

    매야 할 것은 단단히 매야 하는데

    풀어진 구두끈처럼

    몸이 풀어져 허우적거린다

    풀어진다는 것은

    매이고 묶인 것이 풀리는 것이고

    질기고 단단한 것이 흐늘흐늘해지는 것이고

    모두가 해소되고, 잘 섞이어지는 것이다

    몸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구두끈도 때로는 풀어져

    한평생 싣고 온 짐을 부리듯

    사막길 벗어나는 꿈을 꾸는 것을

    나는 이제껏 모른 채 살아왔다

    끈은 오로지 묶여 있는 것이 전부였다

    구속 당하는 것이 유일한 제 임무였다

    풀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몸으로 제가 저를 잡고 있어야 하지만

    끈은 늘 풀어지려고 모반을 꾀하고

    헐렁해지고 싶어 일탈을 꿈꾼다

    때로는 끈을 풀어 푸른 자유를 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나는 구속만 강요해 왔다

    이제 몸도 풀어 줘야 할 때가 된 것인가

    오늘도 구두끈이 풀어진 것도 모르고

    고삐 없는 노마(駑馬)가 되어

    휘적휘적 걸어서 어딘가로 가고 있다.

    (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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