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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 내 스무 살 때시(詩)/장석주 2018. 10. 2. 18:44
참 한심했었지, 그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하는 일마다 실패 투성이었지
몸은 비쩍 말랐고
누구 한 사람 나를 거들떠보지 않았지
내 생은 불만으로 부풀어 오르고
조급함으로 헐떡이며 견뎌야만 했던 하루하루는
힘겨웠지, 그때
구멍가게 점원자리 하나 맡지 못했으니
불안은 나를 수시로 찌르고
미래는 어둡기만 했지
그랬으니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내가
바다 속을 달리는 등 푸른 고등어 떼처럼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랬으니, 산책의 기쁨도 알지 못했고
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줄도 몰랐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을 건넬 줄도 몰랐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무지로 흘려보내고
그 뒤의 인생에 대해서는
퉁퉁 부어 화만 냈지
(그림 : 이수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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