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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 쑥부쟁이의 노래시(詩)/서지월 2018. 9. 19. 13:27
우리가 먼 길 가는 바람 앞에서
늘 배웅하는 자세로 흔들린다면
흐르는 시냇물도 제 갈 길 따라 가겠지만
가서는 오지 않는 이름들이 가슴에 남아
밤이면 무수한 별들의 재잘거림으로 높이 떠서
이마 위에서 빛날 일 아니겠는가
심지어 때아닌 먹구름장 겹겹이 몰려와
천둥과 번개를 일으켜 위협할 때도
땅에 뿌리박고 사는 죄 하나로
흠뻑 비맞고 놀라 번뇌의 세상 굳굳하게 견뎌낸다지만
표석처럼 지키고 선 이 땅의 이름은
얼마나 거룩한 것인가
생각해 보면
먼 길 재촉하는 구름이나 수레바퀴 굴러가는 소리
귓전에 사무쳐 오지만
스스로의 무덤을 만들며 스스로의 잠언을 풀어내는
몸짓 하나로 남아서
모두가 떠나도 떠나지 않고
푸른 손 휘저으며 여기 섰노라
(그림 : 장용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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