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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 밥풀 묻은 편지시(詩)/손택수 2018. 9. 19. 12:27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사느냐,
시골에서 편지가 왔다
봉투를 뜯는데 봉투 주둥이에
밥풀이 묻어 있었다
출향한 자식들 밥이나 굶지 않나
하루도 근심 가실 날 없는 할머니
올해는 두 마지기 땅에서 나온
쌀 몇 가마 부치겠으니
형제들끼리 잘 나눠먹거라
반쯤 뭉개지다 만 밥알 하나,
성치도 않은 몸
할머니 젖가슴처럼 말라붙은
한 알갱이 위로 더운 김이 올라왔다
그 옛날 저녁 연기 식구들을 모으듯,
뿔뿔이 흩어진 식구들 이마를 맞대게 하듯(그림 : 심유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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