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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 간고등어 한 손시(詩)/유안진 2018. 9. 15. 19:50
아무리 신선한 어물전이라도
한물간 비린내가 먼저 마중 나온다
한물간 생은 서로를 느껴알지
죽은 자의 세상도 물간 비린내는 풍기게 마련
한마리씩 줄 지은 꽁치 옆에 짝지어 누운 간고등어
껴안고 껴안긴 채 아무렇지도 않다
오랜 세월을 서로가 이별을 염려해온 듯
쩔어든 불안이 배어 올라가 푸르러야 할 등줄기까지 뇌오랗다
변색될수록 맛들여져 간간 짭조롬 제 맛 난다니
함께한 세월이 갈수록 풋내나던 비린 생은
서로를 길들여 한가지로 맛나는가
안동 간고등어요
안동은 가본 적 없어도 편안 안(安)자에 끌리는지
때로는 변색도 희망이 되는지
등푸른 시절부터 서로에게 맞추다가 뇌오랗게 변색되면
둘이서도 둘인줄 모르는
한 손으로 팔리는 간고등어 한쌍을 골라든
은발 내외 뒤에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반백의 주부들
(그림 : 박미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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