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벌레 울음소리들이 시간을 가을 쪽으로 애써 끌어당긴다
밤을 지새운다
더듬이가 가을에 바싹 닿아 있다
만져보면 탱탱하다 팽팽한 줄이다
이슬이 맺혀 있다
풀벌레들은 제가 가을을 이리로 데려오고 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라고 믿게한다
풀벌레 울음소리들은 들숨과 날숨의 소리다날숨은 소리를 만들고 들숨은 침묵을 만든다
맨 앞쪽의 분명함으로부터 맨 뒷쪽의 아득함까지 잦아드는 소리의 바다, 그다음 침묵의 적요를 더 잘 견딘다
짧게 자주자주 소리내는 귀뚜라미도 침묵이 더 길다
다른 귀뚜라미들이 서로 침묵을 채워주고 있다
열린 온몸을 드나들되 제 몸에 저를 가득 가두어 소리를 만든다나는 이 숨가쁜 들숨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림 : 이정순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삼조 - 다시 그리움을 위하여 (0) 2018.09.08 김에강 - 아기 곁에서 (0) 2018.09.08 차윤환 - 대물림 (0) 2018.09.05 김승희 - 가을 강가에 피는 그리움 (0) 2018.09.05 양현근 - 사랑이란 (0) 2018.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