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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연 - 예전에도 우리는 나무의 나뭇잎이었을까시(詩)/박라연 2018. 9. 5. 20:32
예전에도 우리는
나무의 나뭇잎이었을까
가을의 목덜미에 잎잎이 매달려
눈부시게 흔들리는 한세상
멀미하다 쓰러져 누운
누군가의 생애 같은 잎새들
생각마저 꽁꽁 얼어버리면 우리는
또다시 순결한 잎이 될 수 있을까
너와 나 세상살이는 때때로
혼자서만 손을 흔들게 하지만
바퀴도 날개도
보호색도 없는 우리는
우리 닮은 잡목의 몸체를 하염없이
맨살로 타고 오르는 담쟁이나
칡덩굴이 되어 흥건히 젖어서 살지라도
우리가 우리 이름을 우리 몸 속에
쓸쓸히 새기며 살지라도
세상 나무의 나뭇잎으로 남아 우리는(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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