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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러주면 글썽이는 뼈입니다
교복바지 위로 살짝 드러난 저 아름다운 뼈를 나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 소년이 한 소녀를 만나는 일은 복숭아뼈를 드러내고 아련해지는 일이었습니다
그 집 나무 아래를 오래 서성이던 저녁들이 모이고
나와 그가 감춰뒀던 앳된 뼈도 거기 작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복숭아뼈 여덟 개가 키득거려 노을도 출렁거리고 있었을 겁니다
의자에 발목을 부딪치면 찡하게 아팠던 것이 그 때문인지 모릅니다
몸을 둥글게 말아 오랜 만에 복숭아뼈를 만져보면
소년이 소년인 줄 , 소녀가 소녀인 줄 모르던 시간이 아직 남아있을 겁니다
손에서 가장 먼 뼈 , 가장 작고 예뻤던 뼈가 복숭아뼈라는 걸 , 글썽이다 보면 알게 될 겁니다
나는 오늘 그 뼈가 애틋이었다고 속삭여 보았습니다
(그림 : 신창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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