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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순 - 내소사 꽃창살시(詩)/시(詩) 2018. 9. 4. 19:22
전나무 숲을 지나
울퉁불퉁 흙길 지나
내 안의 문이란 문 모두 열어제치고야
내소사 앞뜰에 선다
대웅보전 문틀 속의
무더기무더기 저 꽃숭어리들
어느 누구의 생의 옹이가 무수히 박혔나
사방팔방 저 꽃창살들
꽃잎과 꽃잎 사이
시간의 끌이 파낸 대웅전 창살마다
켜켜이 눈물 진 소원들
꽃잎으로 새겨놓았나
산사의 저녁 종소리
하늘 끝으로 붉은 길 떠나는
빈혈 앓는 꽃숭어리들 창백한 미열
아아, 푸른 잎도 달지 못한 채
다시 길을 떠나며 듣는 이 저물녘
내소사 벗어나는 범종소리
(그림 : 이혜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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