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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 아스팔트 런웨이시(詩)/시(詩) 2018. 9. 4. 09:21
눅눅한 공기를 쥐고 길을 걸었다
차가운 이야기는 꽤 눅눅해지는 법
나는 또각이는 소리가 나던 걸음으로 물기를 털었다
오후의 열기가 짙어지던 날
사람들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길을 걸었다
어두운 색 옷을 사는 사람들
우리는 먼지구덩이를 살아야 한다
자박거리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느려진다
꿈벅일수록 많은 숨을 내뱉던, 아스팔트
그 진득한 찌꺼기
잎사귀는 꽃 대신 담배를 피웠다
바퀴의 궤적이 그리던 시간
그들은 매일 촉박한 일상을 넘겼다
나만 넘기지 못하던,
오늘의 페이지는 이미 어제의 페이지가 되어 있던 시간
언제나 팽창하는 노래를 불렀다
터지기 직전의 콧노래
낮잠의 색처럼 자꾸만 바래가는 것 같은 날이면 우울해져
하늘도 노래지고는 했으니까
문득 별이 되고 싶었다
언제나 같던 검정의 길 위에서
화려한 네온사인은 사실 지나간 위로
이 길을 뒤꿈치로 잘근잘근 밟아댄 사람들
그들이 그림자 뒤에서 몰래 훔치던 눈물은
같은 그림에 대해 진부한 감상을 토해낸다
덥네,
발끝으로 올라오던 열기들
아스팔트를 걸었다 무의미한
런웨이를 모델처럼,
또각
(그림 : 박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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