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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은 부추, 충청도 사람은 솔, 제주도 사람은 쇠우리, 경상도 사람은 소풀이라 하는데
은현리 사는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정구지라 부른다
정월에서 구월까지 먹을 수 있어 고맙다고 정구지라 이름한다
그렇게 정월에서 구월까지 제 살과 피 다 내어주고 가을에 꽃 피는데, 정구지꽃 하얀 꽃 피는데
허리 굽혀 땅에 절하지 않고서는 보지 못하는 꽃,
손에 흙 묻혀 땅과 악수하지 않고서는 봐도 알지 못하는 정구지꽃
정구지꽃 하얀 꽃이 어머니의 정구지밭에 가득 피었다
칠순 어머니 아픈 자식에게 검은 머리 다 주시고 흰 머리 되셨듯이
주고 또 주고, 주고 또 주고 그 빈 대궁마다 하얀 별을 달고 정구지꽃 피었다
어머니 한 밭 가득 곱게 피었다
(그림 : 노숙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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