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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 이슬의 애인시(詩)/마종기 2018. 7. 11. 11:02
아침마다 이슬은 나를 허물어
질투를 선물한다.
그런 날들이 들에 쌓여
시든 삶을 사는 마을,
모든 빛나고 아름다운 것들은
평생의 속임수가 되어
사방에서 반짝였다.
이른 아침의 작은 꽃은 결국
잠들어 있던 이슬이었지만
그래도 꽃향기는 몰려와
눈부신 하루를 만들고
시간의 폐허에서 나를 구해주었다.
간밤에는 누가 한을 남겼나,
이슬이 풀잎마다 가득하다.
그 여리고 가는 마음을 사랑하느니
야속하게 다시 배신당할지라도
나는 한 세상의 헐벗은 애인,
잊혀진 그 하루의 동행만으로도
온몸을 적시던 이슬의 춤.
(그림 : 최장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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