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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 다섯 번째 맛시(詩)/마종기 2018. 2. 27. 17:58
혀끝의 매운맛은, 정작
아픈 맛이라는 말에
아픈 것에도 맛이 있다는 게
좀 이상하게 들렸는데, 그럼
단맛은 간지러움의 맛이고
신맛은 미움의 맛일까.
절망도 행복도 맛이 있다는 것,
더운 것이나 추운 것도
혀에게는 맛으로만 느껴진다는데
내게 오는 매일의 텅 빈 맛은
어디서 만날 어려운 하루일까.
빈 맛은 나이 탓만이 아니리.
손금에 자세히 만져지는 깊은 물길,
간절한 슬픔의 맛은 왜 따뜻할까.
하늘을 헤집고 내게 오는 친구여,
두 눈에 맺히는 소중한 맛이여.
(그림 : 황재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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