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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셈은 끝났다.
밤과 잠을 줄이고
뺄셈을 시작해야 한다.
남은 것이라곤
때묻은 문패와 해어진 옷가지
이것이 나의 모든 재산일까
돋보기 안경을 코에 걸치고
아직도 옛날 서류를 뒤적거리고
낡은 사전을 들추어 보는 것은 품위 없는 것
찾았다가 잃어버리고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 또한
부질없는 일
이제는 정물처럼 창가에 앉아
바깥의 저녘을 바라보면서
뺄셈을 한다.
혹시 모자라지 않을까
그래도 무엇인가 남을까
(그림 : 이재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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