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규 - 가을 거울시(詩)/김광규 2018. 10. 28. 20:01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고 난 뒤
땅에 떨어져 나뒹구는 후박나무 잎
누렇게 바래고 쪼그라든 잎사귀
옴폭하게 오그라진 갈잎 손바닥에
한 숟가락 빗물이 고였습니다
조그만 물거울에 비치는 세상
낙엽의 어머니 후박나무 옆에
내 얼굴과 우리 집 담벼락
구름과 해와 하늘이 비칩니다
지천으로 굴러다니는 갈잎들 적시며
땅으로 돌아가는 어쩌면 마지막
빗물이 잠시 머물러
조그만 가을 거울에
온 생애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 : 신재흥 화백)
'시(詩) > 김광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광규 - 교대역에서 (0) 2019.03.06 김광규 - 나는 그를 모른다 (0) 2019.01.06 김광규 - 부끄러운 계산 (0) 2018.10.16 김광규 - 뺄셈 (0) 2018.07.11 김광규 - 이른 봄 (0) 2018.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