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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우 - 봄날은 간다
    시(詩)/박성우 2018. 4. 13. 09:08

     

     

    깜장양말에 깜장구두다

    아코디언으로 주름잡는

    여섯 악사 모두

    깜장중절모에 깜장염색약이다

     

    느티나무 아래 평상은

    평상시 노는 할머니들 차지고

    행인들은 흘러간 옛 노래를 따라

    느티나무 봄 그늘로 흘러들어온다

     

    손자에게 목욕가방을 맡긴

    할머니가 마이크 전해 받는다

    잘 부탁합니다 허명순입니다

    여섯 악사들은 봄날은 간다고

    아코디언 주름을 접고 펴는데

    잘 부탁합니다 허명순입니다,

    에서 꿀을 먹은 할머니는

    연분홍 치마를 놓치고 놓쳐

    아코디언 반주만 봄날은 간다

     

    중절모 사회자의 시작 손짓에

    연분홍 치마 흩날리며 봄날은 가고

    허명순 할머니는 열아홉 허명순이로 간다

     

    열아홉 꽃망울은 복사꽃밭서 터지고

    복사가지 흔들흔들 꽃잎은 흩날린다

    어찌야 쓰까이 요로코롬 피어부러서,

     

    노래 마친 할머니도

    아코디언 연주하던 중절모들도

    할머니 봄날 앙큼하게 더듬어보던 나도

    느티나무 아래 평상도

    평상시 봄날로 간다

    (그림 : 황두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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