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효근 - 침묵의 힘시(詩)/복효근 2018. 3. 17. 09:27
철로 한켠에 침목들 쌓여있다
하나 같이 일자로 입을 다물고 있다
세상은 열차처럼 떠들어대는 자들의 몫인 것 같지만
달리는 자들의 세상 같지만
침묵하고 있는 자들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한 생을 한 자리에서 누워 침목은 침묵으로 말한다
침목은 지축을 울리며 달리는 열차의 굉음을
제 몸으로 받아내어 잘게 잘게 땅으로 분산시키고
이윽고 침묵을 남긴다
지반이 꺼지지 않도록
철길을 붙잡고 종착역까지 옮겨주는 것은
저 말 없는 것의 힘이려니
저 켜켜이 쌓여있는 침목들은 어디론가 실려가
누군가의 길이 될 것이다
떠들 게 없어서가 아니라
떠들어서는 안 되는 것을 안다
침목 혹은 침묵
(그림 : 김지환 화백)
'시(詩) > 복효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효근 - 고구마의 경전 (0) 2018.07.01 복효근 - 고전적인 자전거 타기 (0) 2018.05.07 복효근 - 탱자 (0) 2018.03.08 복효근 - 겨울 숲 (0) 2017.12.17 복효근 - 박새에게 세들다 (0) 2017.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