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효근 - 겨울 숲시(詩)/복효근 2017. 12. 17. 14:00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그림 : 안모경 화백)
'시(詩) > 복효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효근 - 침묵의 힘 (0) 2018.03.17 복효근 - 탱자 (0) 2018.03.08 복효근 - 박새에게 세들다 (0) 2017.09.16 복효근 - 사다리 사용법 (0) 2017.09.02 복효근 - 안개꽃 (0) 2017.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