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보도 바닥에서 손바닥을 만난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내민
바닥에 등을 맞댄 손바닥을 만난다
지하보도 바닥에 엎드리는 일쯤이야
손바닥을 내미는 일쯤이야
가끔 떨어지는 동전이나 지폐의 액면을
감촉만으로 알아맞히는 일쯤이야
어쩌면 어려운 건
바닥에 저당 잡힌 손바닥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일
손바닥에 새겨진 손금의 길을
처음부터 다시, 처음부터 다시
거듭 되짚어가는 일
그보다 정작 어려운 건
손바닥을 뒤집는 일
뒤집어 봐야 바닥에 바닥을 맞대는 일
하지만 바닥이 바닥을 짚어야
떨쳐 일어날 수 있는 일
일어나 텅 빈 허공이라도 불끈
움켜쥐어야 하는 일
여반장(如反掌) : 쉽기가 손바닥 뒤집는 것과 같다. 일이 매우 쉬운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림 : 최석운 화백)
'시(詩) > 강연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연호 - 나도 왕년에는 (0) 2018.07.16 강연호 - 산수유 마을에 갔습니다 (0) 2018.04.12 강연호 - 제기동 블루스 1 (0) 2017.12.27 강연호 - 물웅덩이 (0) 2017.02.10 강연호 - 섬 (0) 201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