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호 - 나도 왕년에는시(詩)/강연호 2018. 7. 16. 16:36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식당엔 사내들 몇이서 밥 대신 소주 들이켜며
저마다의 왕년을 안주 삼고 있었습니다
나도 왕년에는 소주에 밥 말아먹던 시절 있었나요
사내들의 뒷덜미를 움켜진 그림자 흔들리고
불빛에 배인 눈시울은 붉다 못해 황량했습니다
쓰디쓴 왕년을 입 안에 털어넣으며
사내들은 헐거운 삶을 더욱 풀어놓았구요
내 늦은 저녁도 소주처럼 쓰고 차가웠습니다
쓰디쓴 밥알들을 입 안에 털어넣고
왕년인 듯 오래오래 씹고 또 씹었습니다
덧난 눈시울 쉽게 아물지 않았습니다(그림 : 조희웅 화백)
'시(詩) > 강연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연호 - 12월 (0) 2018.12.06 강연호 - 월식 (0) 2018.08.03 강연호 - 산수유 마을에 갔습니다 (0) 2018.04.12 강연호 - 여반장 (0) 2018.03.17 강연호 - 제기동 블루스 1 (0) 201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