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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해 - 가난한 아침시(詩)/시(詩) 2018. 1. 22. 23:27
햇살의 입술이 창문을 두드리는 아침이 슬플 때가 있다.힐끔힐끔 쓰레기 더미를 기웃거리는 길고양이의 아침이 슬프다.
노점에 앉아 채소를 파는 할머니의 새까만 손톱 밑의 아침이 슬프다.
출근길, 전철에 올라 빈자리를 찾는 노인의 등에 매달린 배낭의 아침이 슬프다.
편의점 계산대 아르바이트생 시급만큼 졸음의 아침이 슬프다.
더 슬픈 것은 삼포자가 되어 이불 속에 누워 갈 곳이 없는 나의 아침이다.
하지만 가장 슬픈 아침은 나를 바라보는 내 어머니의 아침이다.
삼포자 : 취업, 연애, 결혼을 포기한다는 은어.
(그림 : 안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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