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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계봉 - 사청사우(乍晴乍雨)시(詩)/시(詩) 2018. 1. 22. 10:22
가루눈 몇 송이 허허롭게 띄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흑백으로
더욱 조밀해지던 하늘
편두통 같은 구름을 젖히고
다시 햇살이 얼굴을 내밀자
바람을 견딘 사물들
고개를 들어 투명한 햇살을 받는다
투명함은 가끔
꿈꾸는 존재들의 심장을 향한
날카로운 비수가 되곤 한다
믿을 수도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달콤한 고통을 은밀하게 품고서
오후가 되면서 날은
흐리다 개다를 반복했다
다시 또 이곳에 눈 내린다면
제법 굵은 눈송이를 만날 것이다
점점 더 낮게 내려앉는
오후 두시의 하늘 한편으로
비둘기 몇 마리 느리게 날아간다
나도 기다림이 지배하는 시간 속으로
묵묵히 든(入)다
사청사우(乍晴乍雨) : 변덕스런 날씨를 의미함. 김시습의 동명(同名) 한시에서 차용
(그림 : 강명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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