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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직형 - 폐선
    시(詩)/시(詩) 2018. 1. 6. 10:32

     


    뱃머리는 거침없이 파도를 밀고 나아간다.

    좌우 현의 오래된 균형이 삐걱거리며 서로 맞잡은 손을 거두어가자

    갈라진 파도가 비명을 내지른다.

     

    몸통을 지나 어깨 위로 세월의 더께가 덕지덕지 앉을 때까지

    뱃머리는 무지근해지는 통증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날카로운 예지는 분명한 걸 챙긴다.

    단호하게 잘려나간 꼬리를 슬며시 감추고 씻은 얼굴 내미는 건 부끄러운 변명이다.

     

    수평선에 맞닿은 흐리멍덩한 하늘이나 경계선을 뭉개버리는 저녁 안개는 늘 무시당하는 편.

    말이 없는 것들은 모호해서 경계를 흐린다.

    배의 무딘 허리를 훑으며 지나간 물결이 고물에 고물고물 맴돌거나

    소용돌이치며 뒤따르며 밀어주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달리는 말이 뒤돌아본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

    지나간 후미는 곧 사라질 물거품일 뿐이다.

    사라질 것에 대하여 사랑을 퍼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뱃머리를 벗기는 짱짱한 햇빛만이 대쪽같이 당당하다.

     

    앞만 보고 달리던 뱃머리는 고물 뒤에 숨은 시선을 기억하지 못한다.

    지켜보며 뒤따르며 드러내지 않을 뿐 침묵으로 밀어주던

    흘수선 아래 감춘 어미 같은 마음이 아주 환하게 비춰주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그림 : 강종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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