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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정 - 겨자씨보다 조금만 크게 살면 되시(詩)/시(詩) 2018. 1. 6. 09:12
여보 우린 그저 조그맣게 살자
더 넓은 평수로 갈아타려고 아등바등
살지 말고 자가용 같은 거 끌지 말고
나는 게송 같은 시 절대 쓰지 말고
그렇게 살자
당신은 천장에 은하수가 반짝이는
좌판에서 달나라의 장난감을 팔고
재경이는 유치원에서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나는 밥상을 펴고 앉아
별 것도 아닌 일로 시를 쓰며
조그맣게 살자
저녁이 오면 함께 소파에 앉아
케로로 소대를 보며 낄낄거리고
우리 집의 제일 작은 재경이 방에
함께 누워 잠들자
너무 커다란 걸 가지려고 저 멀리
아득히 있는 것에 닿으려고 말고 다섯 살
아해처럼 고운 숨소리 내며 잠들 수 있도록
조그맣게 조그맣게 살자
겨자씨처럼 조그맣게
살자던 그로부터 족히 40년이 흘러 강산이
네 번은 변했으니
겨자씨보다 조금만 조금만 더 크게 살자
(그림 : 박현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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