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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규 - 눈길을 따라가다시(詩)/시(詩) 2017. 12. 30. 09:13
(낭독 : 한경화)
죽을 것 같은 고통만 남고
죽지는 않았을 때 바다로 갔다
등을 돌리고 보이는 것은 사람뿐이라서
머나먼 시골 바다로 갔다
관광객이 보이는 주말이면
깊게 숨은 절벽에 누워
별빛과 파도에 숨소리를 조율했다
그리운 것이 지면 그믐달이 떴다
외로움만은 끝끝내 더러워질 수 없다고
노래할 때마다 바다는 더 외롭게 아름다웠다
먼바다를 향해 사람의 마을을 등지고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늦은 저녁부터 태풍이 덮쳤다
분노보다 더 가속도가 붙더니 결국
영등할망은 몰고 가던 바람의 고삐를 놓쳤다
귓속에는 사람들의 허상을 찢는 전투기 소리
담이 무너지고 지붕이 날아가고
불과 물이 끊겼다, 폭격이 멈춘 아침
안부를 묻는 사람들과 마을이
하나같이 쓸쓸했다, 한없이 화창했으므로
세수 못한 얼굴들이 난민처럼 막막했다
잠잠해진 바다는 더 깊고 푸르렀으나
폐허로만 사람 사는 곳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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