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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호기 - 눈
    시(詩)/시(詩) 2017. 12. 29. 10:31


                                                                                                                                               (낭송 : 김선하)



    당신의 눈에서
    사랑의 눈이 펄펄 내립니다.
    눈은 쌓이지 않고 대부분
    가슴에 깨끗이 스며듭니다.
     
    당신이 가본 적 없는 내 마음의
    먼 산에도 눈은 쌓이겠지요.
    나는 도심의 한가운데서
    흰곰처럼 웅크린 먼 산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물기 어린 눈에서
    눈이 내리고……
    먼 산에 눈은 쌓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언 길을 미끄러지지 않고
    흰 날개를 팔랑이며 내려와
    조용한 수면에 닿겠지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요.
     
    사랑하는 당신의 눈에서
    사랑의 눈이 내립니다.
    내 마음에 자국도 없이……
     
    사랑의 함박눈이 내리고
    내가 가본 적 없는 당신 마음의
    먼 산에도 눈은 쌓이겠지요.
     
    당신과 내가 이렇게
    함께 따뜻해도
    눈이 쌓일수록 깊어가는 고요뿐
    당신과 내가 가본 적 없는
    먼 산에 눈은 쌓이겠지요.
     
    눈 쌓인 먼 산에 가끔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당신과 내가 모르는
    덧없는 치장일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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