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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일 - 이런 식으로 서성이는 게 아니었다시(詩)/시(詩) 2017. 12. 29. 09:59
(낭송 : 남도형)
11월 저녁 버스 정류장 앞이었다
겨울이 도착하는 소리를 다급하게 들었다
사람들은 버스가 멈추는 지점을 향해 달렸고
몇 개의 얼굴들이 확대되었다가 사라졌다
부모와 자식은 간단명료하게 이별 연습을 하고
남편과 아내는 무관심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사라지지 않으려고 별의별 짓을 다했다
어머니는 수술한 사실을 감추려고 전화기를 꺼 놓았다
아버지는 원래 아픈데다 원체 말이 없다
이 계절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돈이다
다가올 인생이 끊임없이 12월만 반복될 것 같아서
두춤하고 견고한 외투를 입은 자들만 훔쳐보았다
사람들은 어깨에 맨 근심을 붙잡고 버스에 올랐다
어떤 추측과 인과관계도 분명하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날 조심스레 지워 버린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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