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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연못 연밥을 본다
그을린 가마솥 본다 저게 연의 가슴이구나
눈보라가 밥물을 잡자 살얼음이 가늠한다
낱알마다 다시 작은 솥단지가 하나씩이다
연잎과 연꽃이 우러러 받든 하늘
그 하늘의 휘파람을 겨우내 끊이면 봄이 온다
진흙공책에다 고개를 꺾는복학의 계절이다
이곳저곳에 밑줄 긋지 말자
꺾인 연밥의 고개를 세우고 상처를 쓰다듬는다
이렇듯 밑줄은 단 한 번만 긋는 것이다
끝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마침표부터 찍는다
기도는 그 마침표에서 싹을 꺼내는 것
꽃과 밥은 언제나 무릎에 주시었나니
두 무릎에 연꽃이 필 때까지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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