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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 품(아버지학교 4)시(詩)/이정록 2018. 5. 21. 16:53
아궁이 품 넓히는 것은 식은 재여.
추운 강아지며 괭이 뛰쳐 나오는 새벽 아궁이, 고운 재 때문이란 말이다.
한아름 장작 때문도, 불길 끌어당기는 열 길 굴뚝 때문도 아녀.
고무래에 아궁이 바닥이 조금씩 쓸려나오기 때문이여.
땡볕에 소나무장작 쟁여 물고 불뚝거리지 마라.
가슴은 식어야 넓어지는겨.
사내 품은 결국 비 맞은 재여.
마른 깻단, 젖은 짚불이라도 잘 다독이다 보면 너른 가슴이 되는겨.
아비는 희나리 악다문 채 화톳불이 되겄지만 말이여
희나리 : 채 마르지 않은 장작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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