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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련 - 어느 구두 수선공 이야기시(詩)/시(詩) 2017. 12. 17. 13:54
나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을 할 줄 모르는
구두수선공을 안다
너무 많은 말을 하다 보니
거짓말이 절반 넘는 속내
환히 들여다보이는
얄팍하게 닳은 구두밑창에
새 마음 가죽 덧대어 주고
세상을 살다 어딘가 솟은 돌부리에
느닷없이 채여 부끄럽게 뒤축이 빠진
절뚝거리는 마음 받쳐줄 기둥 하나
바로 세워주고
진창을 돌아다녀
제 얼굴을 잃은 그의 신산(辛酸)
덧께 앉은 소금기 털어주고
힘 빠져 주저앉은 터진 솔기 단단히 꿰맨다.
저마다 다른 빛깔과 모양으로
지은 죄도 다양한 구두들
고해성사 끝내고 돌아가는 길
편안하다
그가 고치지 못할 허물
용서하지 못할 죄가 있다는 말을
나는 아직 듣지 못했다
(그림 : 송준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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