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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금옥 - 봄 레시피시(詩)/시(詩) 2017. 12. 16. 13:56
싱싱한 제철 햇빛이 나오는 계절이에요 쌉싸름한 봄바람과 함께 버무려 풋사랑 무침을 만들어 보세요
겨우내 잃었던 입맛이 바로 살아나죠
잎채소는 곱게 채 썰어 얼음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빼고요
냉이 달래 씀바귀 뿌리채소는 분량의 설렘을 넣고조물조물 밑간을 해 두세요
(주의할 점 : 모든 재료는 살살 다루세요 꽉꽉 주무르면 풋사랑이 짓무를 수 있으니까요)
둥글둥글한 그리움은 꼬치에 꿰어 살짝 구운 뒤 양념장을 쪼르륵 끼얹어 드셔도 맛있고요
질투가 심한 눈물조개는 석쇠에 굽기만 하면 되죠 방긋, 웃음을 터뜨릴 거예요
손질없이 조금 까다롭지만, 후식으로 살구나무 샐러드를 곁들여 보실래요?
아직 겨울이 묻어 있는 뿌리는 살살 털어내고요 줄기는 흐르는 새소리에 깨끗하게 씻으세요
연둣빛 조용한 접시가 좋겠어요 나무를 자연스럽게 세워 놓으시고요 그 위에 연분홍 살구꽃을 수북하게 얹으세요
이제, 새콤달콤한 벌 나비를 솔솔 뿌리면 완성! 자, 한 입 드실래요?
전문가의 조언 한 가지 : 풋사랑 무침은 미리 무쳐 놓으면 안돼요
햇빛이 불어서 흐물흐물해지거나 변색되기 쉬우니 상에내기 직전에 버무리세요
(그림 : 노숙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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