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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 홍도에서시(詩)/허형만 2017. 12. 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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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몰라도 좋아라
해 뜨고 해 지는 자리
몰라도 좋아라
풀꽃도 여기서만은 제 살결로 빛나느니2
바다의 슬픔들이
비로소 익어간다
지상의 슬픔들도 따라서 익어간다
그 슬픔
벌겋게 익어
절벽에 걸려 있다3
햇살도 이곳에선 눌러앉았으리
청청대해 깊고 깊은
외로움에 젖다가 말려지다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신열
파도와 몸 섞다가 흐느끼다가
마침내 겹겹 바위로 일어섰으리.4.
아득한 세상길
그리워하지 않기
두고 온 발자국도
아쉬워하지 않기
새벽별
파도에 밀려와
허공을 밝히느니.(그림 : 박용섭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