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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으로 여기까지 왔구나
솔개처럼 푸드득 날고만 싶은
눈부신 신록, 예기치 못한 이 모습에
나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지난 겨울 깊이 박힌 얼음
위태로운 그리움의 싹이 돋아
울고만 싶던 봄날도 지나
살아 있는 목숨에
이렇듯 푸른 노래가 실릴 줄이야좁은 어깨를 맞대고 선 간판들
수수께끼처럼 꿰어다니는
물고기 같은 차들도
따스한 피 돌아 눈물겨워한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참고 기다린 것밖엔
나는 한 일이 없다
아니, 지난 가을 갈잎 되어
스스로 떠난 것밖엔 없다
떠나는 일 기다리는 일도
힘이 되는가박하 향내 온통 풍기며
세상에 눈부신 신록이 왔다
(그림 : 남진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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