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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 팥죽 한 그릇시(詩)/박지웅 2017. 12. 2. 15:41
동지 저녁, 어미는 손바닥 비벼 새알을 낳았다
그것을 쇠솥에 넣고 뭉근히 팥죽을 쑤었다
나무주걱 뒤로 스르르 뱀 같은 것이 뒤따르며
새알을 물고 붉은 성간(星間) 사이로 숨어들었다
솥 안에 처마 끝과 별과 그늘이 여닫히며 익어갔다
부뚜막 뒤를 간질이며 싸락눈 사락사락 나리고
나는 어미 곁에 나긋이 새알을 혓바닥에 품고
다시 이를 수 없는 따뜻하고 사소한 밤을 염려하였지 싶다
명주실 몰래 묶어놓을 데 없을까
뒤뜰 장독간 호리병처럼 서 있는 밤하늘을 보며
먼먼 전설에 귀를 세운 것이다
바람 드는 부엌문에 서서 공중을 두리번거리다
하얀 마침표 하나 눈동자에 떨어져 그만 놓쳐버린 집
어느 동짓날 팥죽 한 그릇 받고 사소한 것을 쓰느니
대문간이며 담장이며 낮은 기와로 번지던 붉은 실핏줄들
따뜻한 여러 마리 새들이 호록호록 태어나던 그 손'시(詩) > 박지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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