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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 복사꽃 매점시(詩)/김명인 2017. 11. 27. 11:52
유리문을 반쯤 젖혀놓고 젊은 여자가
문턱 밖으로 분홍 꽃술들 내다 놓고 있다
화창한 봄날인데도 손님이 없는지
볼이 바알간 너댓 살 계집아이가 제 엄마
치맛자락 붙들고
선반 위의 구름과자 내려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만화경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옛날의 버릇!
울긋불긋 다홍을 잔뜩 펼친 매점 안으로
아이가 손을 이끌어서 한참 기웃거리는데
막 걸러놓은 듯 오늘의 꽃술 향기
십 리 저쪽 오일장은 어느새 파장인지
장꾼들이 노을 저녁 둘둘 말아 지고 어둑하게
매점 앞을 지나간다
이것저것 잡동사니로 쳐도
아직은 팔 것 지천인 복사꽃 매점
(그림 : 이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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