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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 외로움이 미끼시(詩)/김명인 2017. 8. 4. 18:25
바다가 너무 넓어서
한 칸 낚싯대로 건져 올릴 물고기 아예 없으리라
줄을 드리우자 이내 전해져온 이 어신은
저도 외톨이인 바다 속 나그네가
물 밖 외로움 먼저 알아차리고
미끼 덥석 물어준 것일까
낚싯대 쳐들자 찌를 통해 주고받았던 수담(手談)
툭 끊어져버리고
미늘에 걸려온 것은 외가닥 수평선이다
외로움도 지나치면 해 종일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에 이마 닿도록
나도 한 마리 마음물고기 따라나서지만
드넓은 바다 들끓는 파도로도
더는 제 속내 펼쳐 보이지 말라고
자욱하게 저물고 있는, 저무는 바다
그 파랑 속속들이 헤매고 온 물고기 한 마리
한입에 덥석 나를 물어줄 때까지
나 아직도 바닷가에 낚시 드리우고 서 있다
어느새 바다만큼 자라 내 앞에서 맴도는
물고기 한 마리 마침내 나를 물고
저 어둠 한가운데 풀어놓아줄 때까지(그림 : 김기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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