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불 하나 널었는데도
빨랫줄이 휘청거리며
축 늘어진다
아이들 청바지랑 양말
옷은 몇 개 너니까
내 치마와 수건은
널 수도 없다
생활이 너무 무거웠구나
줄을 조금 올려본다
우리 식구 모두
물 묻은 몸을 그에게
널어 말리면서도
그가 얼마나 무거워하는지
몰랐다
퉁기면 퉁퉁 소리가 나는
기타줄처럼
항상 그렇게
팽팽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힘들어하는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받쳐주었다
(그림 : 김종식 화백)
'시(詩) > 신미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미균 - 착한, 당신 (0) 2018.07.10 신미균 - 은밀한 스케치 (0) 2018.04.07 신미균 - 아랫목 (0) 2017.06.21 신미균 - 칵테일파티 (0) 2016.06.05 신미균 - 마네킹 (0) 2016.06.04